[심리학자 인터뷰]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장 전영민

PSY 심리학 세상에 스며들다차재호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전영민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장www.a5-csf.com

 

[원문출처: PSY  심리학 세상에 스며들다, 2013 여름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 경기 도박중독센터는 어떤 곳인가요?2006년 바다이야기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적이 있어요. 이에,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이 재정되고, 이 법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만들어졌죠. 위원회의 중요 사업 중의 하나로,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전국에 만들어지게 되면서 ‘경기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도 개설되었어요. 센터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예방교육, 홍보활동을 하고 있고, 도박문제를 지닌 분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2012년에는 예방과 치유를 위한 안정적 재정 확보를 위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법률안(이하 ‘개정 사감위법’)」이 2012년 5월 2일에 통과되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도박문제 치유사업과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현재는 경기센터를 포함하여 부산, 광주, 강원, 서울에 5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광역시 및 도별로 센터가 개소될 예정이예요. 앞으로 많은 상담 및 치료 인력이 필요한 상태입니다.센터장님께서는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현재 센터는 예방홍보팀과 치료재활팀이 있고 각 팀이 3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운영위원장 1명, 행정직원 1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지요. 직원들의 학력은 석사학위 이상이고 정신보건 및 중독심리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요.저는 주로 센터의 예방 및 치료·재활 사업을 총괄, 예산집행을 관리감독하고 있어요. 더불어, 직원들의 직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슈퍼비전(심리상담사 교육지도)도 하고, 예방 및 치료·재활 사업을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사업에 대한 기획조정 업무도 보고 있어요. 대외적으로는 중독심리학회나 관련학회에서 중독교육을 지원하고, 유관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을 하고 있죠.그리고 다른 상담 직원들과 함께 도박문제가 있는 분들에 대한 치료를 담당하고 있어요.현재 직업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경험에 대해서 들려주세요.저의 첫 직장은 서울특별시 은평병원 임상심리실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임상심리를 전공하면 대부분 정신병원으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특별한 생각 없이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 심리평가 업무 중심으로 9년 정도 근무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서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가 생겼어요.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은평병원에서는 업무의 80%가 심리평가였기 때문에 내담자 삶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치료 일은 제한적이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임상심리실에서의 업무가 지방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치료에 대한 전문역량을 좀 더 갖추고 싶어서 직장을 옮길 결심을 하게 되었죠.이직 결심을 하시고, 중독 분야로 오게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병원에서 중독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잘 변화하지 않는 그들에게서 느꼈던 나의 무능력감 때문에 중독전문 분야로 갈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중독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나가서 같은 중독문제로 계속 내원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중독분야를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그 당시에는 청소년은 본드, 성인은 알콜이나 마약중독이 대부분 이었는데, 그 분들을 상담하다보면 치료 후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입원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이런 분들을 보면서 ‘내가 중독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는 생각에 괴로웠어요. 중독에 대해 공부를 했음에도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이 컸었죠. 이를 계기로, 중독치료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심리학자로서 중독분야에 기여 할 방법을 찾아보고 있던 시기에, 마침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서 병원을 심리사회적 모델에 기초한 치료체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이직을 하게 되었죠.경기도박중독예방센터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이러한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생겨 2007년도에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직을 맡았어요. 우리나라 최초로 학부과정에 중독재활 교과과정을 만들어 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심리학회 및 중독상담학회를 설립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러던 중 2010년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현재의 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센터장으로 오게 되었죠.알코올중독이라는 물질중독에 대한 임상 경험은 있었지만 도박중독 치료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전문가로서의 호기심이 자극되었던 것 같아요.중독분야를 연구하고, 치료를 하시면서 센터장님께서 느끼셨던 어려움과 경험, 보람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병원 임상심리실에 재직 중일 당시 중독 치료는 주로 어떤 식으로 이루어 졌었나요?병원에서 중독환자에 대할 때, 임상심리학자는 대개 심리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부차적으로 집단상담이나 개인상담을 진행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심리학자들이 중독분야에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약물치료, 입원치료의 형태로 이루어 졌었죠.현재는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간호사들이 중독분야에 들어가게 되면서, 지역사회 자원들과의 협력적 작업과 심리치료를 통해 중독자들을 돕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부분이 부족했죠.중독분야로 방향을 정하고, 관련 업무들을 하시면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중독분야로 방향을 정했을 시기에는, 일반적인 정신장애에 대해 평가하고 치료하는 분야에는 임상심리학자들이 포화상태였지만 중독영역은 거의 미개척지였어요. 중독에 대한 치료방법은 심리학적인 접근법들이 많았지만 중독영역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정신과 의사나 사회복지사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서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로 구성된 치료팀을 이끌면서 의료모델일 수밖에 없는 병원의 치료체계를 심리사회적 모델로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시도이기에 두렵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그동안 임상심리실에서 주로 혼자 작업해 왔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 익숙치 않았어요. 거기다, 그동안 해오던 일과는 다르게 다른 학제 전공자들과 함께 작업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어려움, 영역간의 모호한 경계로 인해 갈등, 각 학제 고유의 스타일만을 고수하려는 것에서 오는 갈등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죠. 이로 인해 임상심리사로서는 다양한 학제로 구성된 팀을 이끄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현대 정신질환은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난 심리학의 강점에 대해서만 종교적 맹신주의처럼 교육을 받았지 다른 학제와의 협력과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된 어려움이었죠.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독문제란 것이 심리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및 여러 사회적 자원들을 이끌어내고 연결하는 작업들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기에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협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하고, 다른 학제의 접근과 다른 시각의 존중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면서 학제적인 공동작업에 대해 점점 편안해지게 되었죠.중독문제는 개인적인 접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접근도 필요하고, 심리학 외에 다양한 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네요?그렇죠. 중독에는 다양한 생물학적, 유전적, 성격적, 심리학적, 학습과정에서의 문제, 인지적 오류, 사회적인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쳐요. 심리적으로 취약할지라도 사회적으로 지지해주는 환경이 있고, 중독에 빠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 그 사람이 그렇게 중독되지 않았을 수도 있죠.도박중독의 확산에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사회가 물질만능주의로 흘러감에 따라 초등학생도 돈을 얻고 싶다는 마음에 도박을 하게 되요. 더구나, 인터넷이 보급되고 인터넷을 통한 도박이 쉬워지면서 접근성까지 좋아지면서, 도박중독에 더 쉽게 빠지게 되죠. 거기다 성인이라면 합법화된 카지노나 경마장에 가서 언제든지 도박을 즐길 수 있죠. 도박기회가 많아지면서 적은 노력으로 큰 돈을 딴 경험을 하게 되면 도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되죠. 몇 초만에 몇 천만원을 따는 대박 경험을 한 청소년들은 힘들게 공부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성인들은 힘들게 일하고 싶은 욕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죠. 고달픈 사회생활로 스트레스가 많아질수록, 열심히 노력해도 경제사정이 변화지 않는다고 느낄수록 대박을 꿈꾸면서 도박이 주는 쾌락에 빠지고 싶은 동기는 점점 높아지게 되죠.도박중독자가 220만명 이예요. 한명의 도박중독자가 4명~10명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재정적 및 정신적 큰 피해를 입혀요.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 돈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려하지 못한 채 가족의 결혼자금, 자식의 수술비까지 가져다 쓰고, 사돈에 팔촌에게까지 돈을 빌려 도박을 하려고 하죠. 이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이번엔 딸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는 거죠. 중독자가 220만명인데, 그에 따른 피해자가 최소 4명이라고 보면 880만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중독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더불어,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봤을 때,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학제와 사회시스템, 사회적 지지들이 필요해요.초반에는, 중독의 치료적 측면에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셨나요?치료에 대한 경험은 있었지만, 심리적 고통을 지닌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변화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어요. 이로 인해, 치료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감을 겪을 수밖에 없었죠. 작은 변화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안내하기 보다는 문제를 고치려는 마음이 내담자를 오히려 저항하게 만들고 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중독에 빠진 사람은 중독을 맹신하게 되고, 중독이 자기 처방적인 효과가 있어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죠.그 외에도, 중독치료는 사회적 지지와 사회 환경 및 정책의 역할도 중요한데, 사회 시스템이 중독이 줄어들 수 있도록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중독문제가 있는 내담자들만을 치료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현 업무를 통해서, 느끼시는 보람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직원들과 함께 중독에 대한 예방·치유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중독 문제를 지닌 분들을 치료하면서 받았던 심리적 고통을 서로 지지하고 위로해 주는 센터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직원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다양한 학제적 시각을 서로 존중하고 수용하는 상담 직원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그 외에, 치료하다 보면 도박문제를 지닌 많은 분들이 절망감을 가지고 센터를 방문하는데, 작은 도움에도 길을 찾고 희망을 갖게 되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끼죠. 파괴되던 가정이 작은 도움으로 회복되어서 희망을 갖는 모습들을 보면 저도 행복을 느끼죠.심리학 전공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제가 공부한 거창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인데, 인성교육을 가장 강조하는 학교였어요. 학교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러다 우연히 교장선생님 설교시간에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심리학과를 지원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심오한 고민을 바탕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청소년기에 가지게 되는 삶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오만이 “심리학”에 대한 호기심의 촉발제가 아니었나 싶어요.심리학 전공이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중독의 원인에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요인이 있어요.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생물·심리·사회적 측면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중독문제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서 행동변화에 대한 심리학적 지식과 역량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죠.중독문제는 어느 한 학제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상담 직원들의 기본 욕구를 이해하고 그들이 협력적으로 작업하도록 돕는 데에도 심리학적 역량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심리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먼저 인간의 다양한 기본 욕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경험을 해보길 권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겪고 있는 많은 고통들의 시작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욕구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은 인간을 심리학적으로 돕고자 하는 심리학자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하거든요.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욕구를 규정하고 있지만 중독영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즐거움은 추구하고 고통은 회피하고 싶은 욕구”라고 볼 수 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욕구들이 있겠지만, 이러한 욕구들이 발생될 때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수용할 때 인간에 대한 겸손한 이해가 촉진될 것이라 생각해요.둘째, 행동변화에 대한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 지금의 내가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완전하게 제거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죠. 그러나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들을 볼 때는 이러한 내 모습을 망각하고 왜 그러한 나쁜 습관을 당장 변화시키지 않느냐고 설득하고 논박하게 되요. 현재의 모든 행동은 지금은 역기능적일지 몰라도 정상적인 변화의 한 과정임을 이해하고 정당화시켜 줄 때 변화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가 유발됨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셋째, 인간의 행복에 대한 다학제적 태도를 갖추기를 바래요. 오늘날의 인간 고통은 한 학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예요. 따라서 다른 학제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질 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심리학자가 될 수 있어요. 이러한 자세는 공부만으로는 가질 수 없어요. 다른 학제와 공동 작업하는 기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해보길 권하고 싶어요.마지막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사회 변화가 빨라지고 다변화되면서 심리학적 도움을 요청하는 새로운 영역이 생기고 있어요. 군대, 사법기관, 학교, 직장 등에서 심리사회적 문제, 중독문제(인터넷, 도박, 섹스, 알코올 등), 건강증진, 행복관리 등에 대해 심리학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예요.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찾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먼저 도전함으로써 겪게 되는 초기 경험들이 다양한 도전의 길을 열어 줄 것이라 말해주고 싶어요.